이광재 의원, “30년 가까이 낡은 공제 기준… 물가 상승 고려해 합리적 현실화해야”

홍종수 기자 / 기사승인 : 2026-09-28 15: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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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의원, 국세청 ‘5년 이상 미개정 공제·비과세 현황’ 및 ‘상속·증여세 결정현황’ 전수 분석
▲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경기 하남시갑,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코리아 이슈저널=홍종수 기자] 30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인 세법상 공제·비과세 제도로 인해 당초 ‘부유층 과세’ 성격으로 설계됐던 세목들이 중산층의 세 부담을 키우는 과세 수단으로 변화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조세 저항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경기 하남시갑,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년 이상 개정되지 않고 고정된 세법상 공제 및 비과세 제도는 총 38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산 격차 완화와 조세 형평을 위해 설계된 상속·증여세 관련 항목이 21개로 절반(55.3%) 이상을 차지했다.

대표적으로 양도소득세 기본공제(연 250만원, 30년 동결), 상속세 기초·일괄공제(2억∼5억원, 29년 동결), 배우자 상속공제(최저한도 5억원, 29년 동결), 직계존비속 증여재산 공제(5천만원, 10년 동결), 근로자 보장성보험료 세액공제(연 100만원, 24년 동결) 등이 꼽힌다.

같은 기간 대한민국 경제 규모와 국민소득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자산 가치와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았지만, 세제 기준은 30년 전 과거에 멈춰 서 있는 실정이다.

◆ 중장기 방치된 세제 38개… 세 부담은 ‘수도권 집 한 채’ 전반으로

이로 인해 도입 당시의 제도 취지와 달리 현실에서 과세 대상이 가파르게 넓어지고,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조세 반감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 사례가 상속세의 배우자 공제(최저 5억원)와 일괄공제(5억원)다. 2005년만 해도 상속세는 전체 사망자의 0.7% 남짓에만 부과되던 대표적인 부유세였다. 그러나 물가와 주거 비용이 급등하는 동안 면세 기준선이 (배우자가 있는 경우) 10억원에 묶여 있으면서, 서울의 경우 작년 기준 연간 사망자의 16%에게 상속세 고지서가 발부됐다.

국세청의 ‘과세표준 구간별 상속·증여세 결정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세 부과가 결정된 피상속인은 2만 2,524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중 과표 10억원 이하 대상자는 1만 7,294명으로 2007년(1,971명) 대비 약 9배 증가했다. 전체 상속세 과세 대상자 4명 중 3명(76.8%)이 과표 10억원 이하 구간에 집중된 것이다.

특히 대상자의 3명 중 2명(65.3%)이 서울(8,383명)과 경기(6,322명) 거주자였고, 20년 전 대비 각각 7배, 11배 급증했다. 반면 이들 10억원 이하 납세자가 부담한 총세액은 8,756억원으로 전체 상속세 세수의 9.8%에 불과했다.

과도한 부의 편중을 완화하겠다는 제도 본래의 취지와 달리, 전체 재정 기여도는 적은 영역에서 ‘수도권 1주택’계층 등 국민 세 부담과 심리적 반발만 커지는 셈이다.

◆ 자녀 독립 영향 미치는 증여세, 10억 이하 부담자가 86.8% 차지

증여세 역시 마찬가지다. 직계존비속 간 증여재산 공제(5,000만원) 한도는 10년째 묶여 있어, 자녀의 주거 독립이나 전세자금 지원 등 실생활 자금 이동조차 과세 사정권으로 밀려들고 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증여세 부과 18만1,653건 중 10억원 이하 구간이 86.8%(세액 비중은 18.9%)를 차지했다. 특히 전·월세 보증금이 비싼 서울·경기도에는 각각 6만985건, 4만7,676건의 증여세가 부과됐다. 두 지역은 전체 증여세 부과 건수의 59.8%를 차지했다.

◆ 직장인·자영업자 일상에도 '박제된 세법'… 운전보조금 31년, 보험료공제 24년째

이 같은 세법의 박제화는 직장인과 골목상권 자영업자의 일상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12조 ‘자기 차량 운전보조금 월 20만원’은 31년 전인 1995년 제정됐다. 영업직 직원이 개인 차량을 회사 업무에 쓰고 기름값과 차량 유지비 등을 수당 형태로 받는 것은 소득으로 보기 어려우니 20만원까지는 세금을 물리지 말자며 생긴 제도다.

하지만 30년 사이 L당 휘발유 값은 두 배 넘게 뛰었다. 현재 월 60만원을 수당으로 받는다고 가정하면 20만원을 뺀 40만원에 소득세를 물린다. 수당에 붙는 세금과 4대 보험료를 합해 연 100만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할 수 있다.

보장성 보험료와 자녀 교육비는 줄어드는 세금 자체가 적다. 각각 연 100만원(2002년 개정), 연 300만원(2015년 개정)을 다 채워도 1년에 12만원, 45만원만 돌려받는다. 자녀 교육비 공제 대상에는 현재 방과 후 교육, 미취학 아동 예체능 교육 등이 포함된다.

2009년 이후 개정되지 않은 간이영수증 한도는 영세 사업자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간이영수증 제도는 3만원 이하 지출은 간이영수증을 증빙 자료로 대신하고 가산세 2%를 물리지 않는 것이다. 현금 거래가 잦은 자영업자에게 유용하지만 한도가 낮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소기업이 편의를 누릴 수 있는 100만원 소액자산 즉시상각제도 활용이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법에선 자산을 사면 원칙적으로 여러 해에 걸쳐 비용 처리를 한다. 하지만 100만원 이하 소액자산은 매입한 해에 바로 전액 비용 처리해 세금을 덜 낼 수 있게 해준다. 물류·제조 현장의 소형 설비도 100만원을 거뜬히 넘는 최근에는 혜택을 보기가 쉽지 않다.

◆ ‘응능부담 원칙’ 훼손된 세제… 국세청도 “현실화 개정 필요” 공감

제도가 경제 현실과 물가상승률을 제때 따라가지 못하면서 ‘납세자의 능력에 맞게 공평하게 세금을 물린다’는 ‘응능부담(應能負擔)의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가 방치되면서 과세 대상은 소리 없이 넓어지고 세금은 저절로 늘어나는 행정편의주의적 ‘스텔스 증세’ 관행이 국민의 유리지갑을 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관 부처인 국세청 또한 이광재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을 통해 “거시경제 지표 변동 등을 토대로 장기 미개정된 공제 기준 등의 개정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하여 현실화된 기준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 개정 건의하겠다”라고 제도 개선 필요성을 인정했다.

◆ 이광재 “과도한 세금은 경제활력 막아… 민주당이 세금 문제 과감한 토론 열자”

이광재 의원은 “세금이 너무 많으면 세금이 없는 것과 같다”는 과거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과도하고 비현실적인 세금이 경제를 짓누르고 활력을 가로막지 않도록, 민주당이 세금 문제 앞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과감한 전진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무작정 세금을 깎아주자는 것이 아니라, 30년 전 낡은 기준으로 굳어버린 제도를 현실에 맞게 바로잡는 건강한 토론을 시작하자는 것”이라며 “2005년 사망자 0.7%에게만 부과되던 초부자 세금이 수도권 집 한 채를 가진 시민들에게까지 넓어지는 현실을 합리적으로 보완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어디까지가 부자 감세고, 어디서부터가 중산층 보호인지 길을 찾자”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중산층의 세 부담은 합리적으로 덜어주고, 성장의 과실로 두터운 사회안전망을 만들어 취약계층을 보듬는 것이 민주당이 가야 할 유능하고 따뜻한 경제”라며 “주요국처럼 경제 성장과 물가 변동을 세제에 유기적으로 반영하는 ‘물가연동제’를 도입하고, 낡은 공제항목을 현실화하는 조세 개혁 법안을 국회가 책임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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