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예박물관, 장응복의 공예 세계 소개하는 《에퀴녹스 추분_춘분》전...무늬에서 사물로, 다시 공간으로

최준석 기자 / 기사승인 : 2026-09-21 10: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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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에서 찾은 100여 종 무늬, 생활 기물·가구·공간으로 확장한 작업 세계 소개
▲ '에퀴녹스 추분_춘분' 전시 포스터

[코리아 이슈저널=최준석 기자] 서울공예박물관은 장응복의 40여 년 작업 세계를 조명하는 현대공예 기증특별전《에퀴녹스 추분_춘분》을 9월 22일부터 2027년 3월 7일까지 개최한다.

장응복은 한국 전통문화에서 발견한 무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공예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생활 기물과 가구, 공간으로 그 쓰임을 넓혀온 작가다. 1986년 토털 인테리어숍 ‘모노(MONO)’를 설립해 한국의 문화와 미감을 담은 직물을 선보이며 이름을 알렸으며, 이후 전통과 일상, 자연에서 발견한 색과 형태를 무늬로 만들고 한지와 가구 등 생활 공예품과 공간으로 확장해 왔다.

전시 제목의 ‘에퀴녹스(Equinox)’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과 추분을 뜻한다. 추분 무렵인 9월 22일 시작해 이듬해 춘분을 앞둔 3월 7일 막을 내리는 전시 일정에도 작가가 지속해서 탐구해 온 자연의 순환과 조화의 의미를 담았다.

전시는 장응복의 무늬 작업을 집약한 ‘무늬집’, 무늬가 사물과 공간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집 속의 집’, 절기의 흐름을 형상화한 신작 ‘탑돌이’ 등 총 3부로 구성된다. 40여 년간 이어온 작업의 흐름부터 작가가 최근 농사를 지으며 자연에 순응하는 삶 속에서 새롭게 발견한 공예적 가치까지 폭넓게 살펴볼 수 있다.

먼저 ‘무늬집’에서는 장응복이 디자인한 100여 종의 무늬를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장응복은 자신의 무늬 작업을 ‘도원몽’, ‘산-수’, ‘담(淡)’, ‘따듯한 기하학’, ‘촉각의 눈’, ‘움직이는 무늬’ 등 여섯 가지 개념으로 전개해 왔으며, 전시장에서는 이를 다양한 설치 작품으로 구현했다.

대표작 '조각잇기-벽'은 72개의 나무틀에 실크와 한지, 유리 등으로 표현한 장응복의 무늬를 결합한 대형 작품이다. 십장생과 모란, 꽃신, 물고기, 부채, 숟가락 등 대표 무늬를 담은 모듈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운다. 서로 다른 무늬를 잇고 조합해 새로운 조형성을 만들어내는 장응복의 작업 방식을 보여준다.

‘집 속의 집’에서는 장응복의 무늬가 생활 기물과 가구, 공간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책가도와 가구의 구조에서 작지만 온전한 하나의 ‘집’을 상상해 온 작가는 전통 기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지장' 연작을 비롯해'이십사절기 화문석', '은행나무', 가변형 설치작품 '집-집' 등을 선보인다.

'집-집'은 목재 골조에 무늬를 입힌 한지와 직물, 가구와 생활 공예품을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도록 제작한 모듈형 작품이다. 작은 단위를 잇고 재구성하는 방식을 통해 서로 다른 재료와 공예 기물이 모여 하나의 집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탑돌이’는 장응복의 무늬와 여러 공예가·디자이너의 작품, 영상과 소리를 한데 엮은 체험형 설치 공간이다. 쪽빛의 '그리운 금강산'과 '바다'가 공간을 둥글게 감싸고, 중앙에는 전통 지우산의 구조를 활용한 대형 조명 '낭화 지우산 샹들리에'가 별자리 무늬 아래 자리한다. 관람객은 산과 바다, 별로 이어지는 공간을 직접 걸으며 자연의 순환과 조화를 경험할 수 있다.

국가무형유산 염색장 정관채와 협업한 쪽염 작품 '바다',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지우산장 윤규상과 함께 제작한 '낭화 지우산 샹들리에', 가구 디자인 스튜디오 ‘스탠다드에이’와 만든 '부채 테이블' 등이 한 공간에서 어우러진다.

장응복은 오랜 기간 장인·작가들과 협업하며 염색과 직조·목공·지우산·완초 등 서로 다른 공예 분야를 하나의 작업으로 엮어왔다. 자신의 ‘무늬’를 매개로 각 분야의 재료와 기술, 쓰임을 새롭게 연결하면서도 개별 작업의 고유한 특성이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한 사람의 디자인 철학이 여러 공예가의 손기술과 만나 생활 기물과 가구, 공간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한국의 무늬와 공예가 지닌 아름다움과 현대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편, 전시와 연계해 'SeMoCA 공예강좌', '장응복 디자인 워크숍', '무형유산 현장 워크숍'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10월부터 12월까지 약 3개월간 작가와 장인의 작업 세계를 만나고 전통공예의 제작 과정을 직접 체험하며 공예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10월 17일 오후 2시에는 장응복 작가가 자신의 작업 세계와 공예·디자인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공예강좌'가 열린다. 작가와 함께 무늬를 디자인해 보는 '장응복 디자인 워크숍'은 디자인 전공 학생과 직장인을 대상으로 11월 20일과 12월 18일 두 차례 진행된다.

'무형문화유산 현장 워크숍'에서는 장응복과 협업한 전통공예 장인의 공방을 찾아가 기술과 제작 과정을 배운다. 10월 1일부터 2일까지 전남 나주에서 국가무형유산 염색장 정관채와 함께하는 1박 2일 '쪽염 클래스'가 열리며, 11월 24일에는 전북 전주에서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지우산장 윤규상의 '지우산 클래스'가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공방에서 재료를 직접 다루고 전통 기술을 익히며, 전통공예가 오늘날의 생활과 디자인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박상빈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장응복은 한국의 전통과 자연에서 발견한 무늬를 여러 공예가와 함께 오늘의 생활과 공간으로 넓혀왔다”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무늬와 공예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고, 공예와 디자인의 만남이 만들어내는 가능성을 경험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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