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경인 방음터널 화재, 발생 4분 만에 터널 전체 집어삼켰다

최용달 기자 / 기사승인 : 2023-02-20 16:3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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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MA 재질 방음벽에 불붙은 뒤 확산…40여대 차량 순식간 고립

▲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코리아 이슈저널 = 최용달 기자] 지난해 12월 5명의 사망자를 낸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당시 최초 발화한 트럭의 불길이 방음벽에 닿은 지 불과 4분 만에 터널 전체를 삼킬 정도의 큰불로 번진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1시 46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 내 성남 방향 200여m 지점에서 발생했다.

 

당시 최초 불이 시작된 5t 폐기물 운반용 집게 트럭 운전자는 차를 하위 차로인 3차로에 정차한 뒤 차량용 소화기로 40∼50초가량 자체 진화를 시도했으나, 불길이 잡히지 않자 오후 1시 49분 119에 신고하고 대피했다.

 

화재 초기 상황을 보면 트럭 하부에서 불이 나기는 하지만 연기가 심하지 않았다. 1∼2차로 차량이 화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현장을 그대로 지나가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불이 차츰 커지면서 방음벽과 천장에 옮겨붙기 시작한 뒤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CCTV 및 블랙박스 확인 결과 트럭의 불길은 화재 발생 4분 만인 오후 1시 50분 천장에 닿고, 연기도 반대편 차로인 안양 방향 차로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방음터널 벽과 천장을 하나둘 타고 넘어가던 불은 어느 순간 급속히 확산했고, 급기야 오후 1시 54분에는 불똥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기에 이른다.

 

방음터널의 소재가 화재에 취약한 폴리메타크릴산 메틸(PMMA)이었던 탓에 불과 몇 분 만에 대형 화재로 번진 것이다.

 

이때부터는 화재 현장 주변이 검은 연기로 가득 차 진입 차량이 오도 가도 못하는 '고립' 상태에 빠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앞서 도로 관리사인 ㈜제이경인연결고속도로(이하 제이경인) 측은 오후 1시 49분 불이 난 사실을 인지했지만, 화재 발생 매뉴얼에 따라 해야 할 비상 대피 방송, 도로 전광 표지판인 VMS를 통한 안내 등의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았다.

 

한때에는 배연을 위해 제트팬을 가동했다가 불길이 확산할 것을 우려해 작동을 멈추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는 사이 오후 2시 1분, 방음터널 내 전기공급이 끊기면서 더는 어떤 안전 조치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화재 인지부터 단전 시점까지 12분이나 되는 시간을 속절없이 흘려보낸 것이다.

 

불이 난 방음터널은 총 840여m로, 성남 방향 200여m 지점에서 화재가 시작됐다.

 

성남 방향 차로 초입에서 난 불이어서 성남 방향 운전자들은 터널 진입 직전 혹은 진입 직후 화재를 인지할 수 있었지만, 반대편 차로인 안양 방향 운전자들은 불길이나 연기가 보이지 않아 수백m를 진입해야 불이 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터널 진입 차단시설마저 성남 방향의 시설만 작동하고, 안양 방향은 단전으로 인해 작동하지 않으면서 한쪽에서만 피해가 커졌다.

 

조사 결과 오후 1시 46분 화재 이후 안양 방향으로 총 210여 대의 차량이 방음터널 내로 진입했는데, 5분 후인 오후 1시 51분에 진입한 차량부터는 터널 내부에 차례로 고립됐다.

 

비상 방송과 도로 전광판 안내에 이어 터널 진입 차단시설까지 작동하지 않으면서 운전자들이 화재 발생 소식을 모른 채 방음터널 안으로 들어간 결과이다.

 

고립된 차량은 최초 발화 트럭을 포함해 총 44대이다. 사망자는 5명으로, 모두 안양 방향 차로에서 나왔다.

 

경찰은 이날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트럭 운전자 및 제이경인 관제실 책임자 등 2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다른 관련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한편 PMMA 소재로 만들어진 방음터널 벽과 천장으로 옮겨붙으면서 급속히 확산한 당시 불은 2시간여 만에 완전히 진압될 때까지 방음터널 840여m 가운데 600m 구간을 태웠다.

 

이로 인해 방음터널 화재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자 국토교통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방음터널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 내년 2월까지 PMMA 소재를 대체 소재인 폴리카보네이트(PC)나 강화유리로 변경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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