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관객 수 300만명을 돌파하면서 대학로 대표 스테디셀러로 평가받았던 블랙코미디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의 포스터 문구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지난해 삼형제극장은 코로나19에 따른 관객 감소와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건물에서 자리를 비우고 공연을 무기한 중단했기 때문이다.
2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학로 터줏대감인 주요 소극장들은 최근 1∼2년새 코로나19 여파로 조용하고 쓸쓸한 최후를 맞고 있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임차료가 치솟으면서 경영난에 빠진 상황이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 코로나19로 티켓 수입이 끊기자 속절없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연출·평론·교육 등 '전천후 연극인'으로 통하는 오세곤 순천향대 명예교수가 이끄는 극단 노을의 '노을소극장'도 재작년 12월 공연을 마지막으로 폐관을 했다.
객석 80석의 아주 작은 극장이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힘든 작품들이 관객을 만날 수 있도록 다양한 대관료 인하책을 펼친 곳이기도 하다. 지난 10년간 연극 '우리 읍내', '니르바나', '보이첵' 등을 무대에 올렸다.
오 명예교수는 "혼자 살던 집을 판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같이 사는 터전을 지키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너무 미안했다"며 "안타까운 것은 극장 문을 닫으면서 극단이 더 침체하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2008년 개관한 136석 규모의 극장 '라이프시어터'도 지난해 2월 문을 닫았다. 관객 수가 80% 가까이 줄어든 상황에서 매달 1천만원에 가까운 고정비를 버텨낼 수가 없었다고 한다.
'두 여자', '고스트맨션' 등을 무대에 올린 서상우 대표는 "철거 비용이 2천만원이나 됐지만 그래도 폐업을 하는 게 맞았다"며 "코로나 이전에는 한 회당 평균 100명 정도의 관객이 왔다면 지난해에는 10명대였다"고 전했다.
2007년 교회 내부 극장으로 개관한 뒤 순수연극 활성화를 위해 2015년 연극 전용 극장으로 재개관했던 '엘림홀'도 지난해 10월 폐업 처리됐다.
이처럼 소극장 폐업이 잇따르자 시민들의 문화 다양성이 줄어들고 다른 장르 예술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달에 두 번 연극을 봤다는 대학생 박찬욱(23) 씨는 "요즘 공연장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으면 안타깝다"며 "대형극장과 달리 소극장은 무명 배우들과 작품이 성장할 수 있는 무대인데 점점 축소되는 것 같아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오 교수도 "연극은 독립적인 장르이면서 동시에 영화, 드라마 등 다른 장르의 기초 역할을 한다"며 "연극의 정보와 사람들이 모이는 대학로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있을지, 아니면 얼른 이 현상을 치료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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