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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과 사는 남자의 단종역의 박지훈 배우의모습' 단종이 환생한 줄 알았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몰입감을 주었다. |
[코리아 이슈저널 = 최윤옥 기자]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권력의 비정한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추락한 소년 왕 '단종'과, 그를 인간적으로 품어 안았던 '엄흥도'의 시리도록 따뜻한 유대감을 다룬 작품입니다. 단순한 충심을 넘어, 두 남자가 나누었던 '왕과 촌장의 우정' 그리고 죽음의 문턱에서 보여준 단종의 처절한 고독과 희생을 중심으로 리뷰를 정리해 드립니다.
- 17세 소년의 고독 기댈 곳 없는 단종의 눈물 없는 눈물
단종에게 영월은 단순한 유배지가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격리된 '거대한 무덤'과 같았습니다. 단종이 선택하지 않은 빼앗긴 삶은 "아바마마의 뜻으로 세자가 되었고, 숙부의 야심으로 쫓겨나 이 신세가 되었다"는 그의 토로는, 자신의 인생에 단 한 번도 '자신의 의지'가 개입될 수 없었던 소년의 허망한 삶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부모를 여의고 일찍이 왕위에 올랐으나 그를 지켜줄 어른이 없었던 단종은 믿었던 숙부에게 처절하게 배신당한 17세 소년이 느꼈을 공포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초기 그가 식음을 전폐했던 것은 단순히 반항이 아니라,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거부였습니다. "자신의 의지대로 살지 못한 삶을 아느냐?" 라고 말한 단종의 삶 속을 들여다봅니다.
- 엄흥도, 물결처럼 스며진 '진짜 친구'
이런 단종에게 엄흥도는 신하이기 이전에 '태어나 궁 밖에서 만난 어른다운 어른'이자 친구였습니다. 마치 유배지는 엄마 자궁같이 안전할수도 있었고 거대한 무덤일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단종에게 서서히 엄홍도와 마을 사람들에 의해서 삶의 의지를 되찾아 가게되므로 단종의 눈빛은 살아나게 됩니다. 단종은 엄홍도와 마음사람들, 즉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기 위해 금성대군의 거사에 답을 합니다. 달빛 어두운 밤길을 떠나는 단종을 막아서는 엄홍도에게 단종은 "관아로 가라"고 말하고 길을 떠납니다. 이전의 병약한 단종이 아니었습니다. 처음 엄흥도는 관가에 속한 촌장으로서 법과 도리를 지키려 했습니다. 하지만 단종의 맑은 힘이 눈망울 뒤에 숨겨진 깊은 생명력 있는 눈을 바라보며 그의 마음은 요동칩니다. 거사를 도모하려는 왕을 신고하기는커녕, "이 왕을 지켜야 한다 "는 그의 확신으로 마음이 변합니다. 이제부터 단종에게 엄흥도는 숙부의 칼날을 막아주는 방패역활을 자처합니다. 처음으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느끼게 해준 슬픈 거울이었습니다.
- 단종의 마지막 배려는 "나를 꾀어낸 것은 나 자신이다"
수양대군의 세력이 압박해올 때, 단종이 보여준 행동은 소년에서 '진짜 왕'으로 각성하는 순간입니다. 자신을 지키려다 멸문지화를 당할 엄흥도를 위해, 단종은 그를 매몰차게 내치며 "이렇게 하려고 처음부터 나를 꾀었다"고 엄홍도의 멱살을 잡고 부르짖습니다. 이는 비겁함이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를 더 깊은 나락으로 자신을 던지는 숭고한 선택이었습니다. 사약을 거부하고 엄흥도에게 자결을 도와달라 부탁하는 장면에서 단종은 엄홍도의 손을 잡아 당겨 잡습니다. 그리고 부탁합니다. 그대의 손에 강을 건너게 해달라고... 숙부의 손에 죽는 비참함 대신, 가장 믿는 친구의 손에서 생을 마감함으로써 마지막 자존감을 지키려 했던 고독한 결단입니다.
- 마지막 강을 건너는 단종의 심상(心象)
엄홍도가 당긴 줄로 강을 건너던 그 순간, 17세 소년 단종은 어떤 마음으로 눈을 감았을까요? 찰나의 평온과 깊은 한(恨)이 "이제야 비로소... 숙부의 배신도, 왕의 무게도 없는 곳으로 가는구나." 생각 했을까요.. 조여오는 고통 속에서도, 단종은 역설적인 해방감을 느꼈을지 모릅니다. 더 이상 누군가에게 위협받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눈꺼풀 위로 무겁게 내려앉았을 것입니다. 자기를 지키려던 사육신, 생육신을 생각했겠습니다. 또한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지켜준 엄흥도의 굵은 손마디를 떠올렸을 것입니다. "당신 덕분에 잠시나마 왕이 아닌 사람으로 살았습니다"라는 무언의 인사를 전하며, 차가운 강바람을 뒤로하고 눈을 감았을 것입니다. 그의 손에 당신의 숨을 내어준 당신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감히 상상도 못하겠습니다. 그저 외로이 길을 떠나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슬프고 다행이었습니다.
비록 억울하고 원통한 삶이었으나, 마지막 순간 만큼은 엄흥도와 마을을 살렸다는 '지킴의 성취'가 그의 마지막 눈빛은 흐릿하지만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이 영화는 단종을 불쌍한 희생양으로만 그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엄흥도라는 민초를 통해 왕이라는 허울을 벗고 인간으로서 어떻게 사랑하고 희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습니다. 영월의 차가운 강물 위로 사라진 소년의 영혼은, 그를 끝까지 지켰던 엄흥도의 슬프고 아름다운 의리 속에서 비로소 영원히 잠들 수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왕과 사는 남자는 연약하기만 할 줄 알았던 단종이 왕권을 되찾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 무기력하게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비참한 왕이 아니였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박지훈 배우의 아름다운 절제 된 눈빛 연기로 박지훈 속에 단종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부모 없이 왕이 된 어린 남자 단종이 궁궐에서 얼마나 고독하고 처절했을지요. 밤낮으로 위협하는 왕좌에서 진수성찬이 목구멍으로 들어 가겠습니까. 단종의 애환이 식음을 전폐한 그 말로 능히 헤아려보았습니다.
우리는 이 한편의 영화가 단지 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다시 보게 했지만, 현재 정치권의 권력싸움도 생각하게 합니다. 권력을 위해 조카도 죽이는 비정한 세계, 그 비정한 세계는 지금도 보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엄홍도였다면 어떠했을까요? 우리는 오늘날 엄홍도가 될 수 있을까. 오늘날 우리에게 엄홍도가 있다면 그를 만나러 달려가겠습니다.
단종오빠 이제 외롭지 않죠? 이제라도 편히 쉬세요. 당신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코리아 이슈저널 / 최윤옥 기자 bar00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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