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1987년 민주화의 산물 '한국여성단체연합', 성평등의 궤적과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다.

최윤옥 기자 / 기사승인 : 2026-03-07 18: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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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단체연합, '빛의 혁명을 완수하라'
한국 여성 인권의 법제화를 이끌다.
직면한 딜레마는 어떻게 극복 할 것이가.
▲ 7일 오후 4시경 종로구 종각역 인근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원들이 시위하는 모습

[코리아 이슈저널 = 최윤옥 기자]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7일 서울 곳곳에서 집회를 열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은 한국 사회에서 '성평등'이라는 의제를 제도권으로 끌어올린 한국 여성운동의 최대 연합 기구다. 

 

1987년 민주화 항쟁의 열기 속에서 탄생한 이 단체는 지난 30여 년간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질서를 해체하고 여성 인권의 뼈대를 세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디지털 성범죄, 젠더 갈등의 심화, 2030 '영페미니스트'들의 등장 등 급변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여성연합은 과거의 성과를 넘어 새로운 쇄신과 방향성을 요구받고 있다.

​광장에서 법의 제도권으로 한국 여성 인권의 법제화를 이끌어온 여성연합의 역사는 곧 한국 여성 인권 제도의 발전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립 초기, 단순한 구호에 머물렀던 여성의 권리를 실질적인 법과 제도로 바꾸는데 화력을 집중했다. 

2005년 헌법불합치 판결을 이끌어낸 가부장제인 '호주제 폐지'는 여성연합을 비롯한 여성계가 수십 년간 연대해 이뤄낸 가장 상징적인 성과다. 1990년대부터 성폭력 특별법, 가정폭력 방지법, 성매매 특별법 등 이른바 '여성 폭력 관련 3법' 제정을 주도하며, 여성에 대한 폭력을 여성의 몸과 안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문화했다. ​여성가족부 신설과 비례대표 여성 할당제 도입 등 정책 결정 과정에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해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통로를 개척했다.

​그러나 성공적인 제도화는 여성연합에 새로운 딜레마를 안겨주었다. 여성운동의 주요 인사들이 정계나 정부 부처(여성가족부 등)로 활발히 진출하면서, 시민단체 본연의 역할인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이 무뎌진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특히 과거 진보 정권 시절, 정치권과의 거리를 적절히 유지하지 못하고 진영 논리에 갇혀 특정 젠더 이슈나 권력형 성범죄 사건에 대해 기민하고 일관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뼈아픈 지적을 받아왔다. 이는 전통적인 여성단체들이 지닌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사회적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었다. 

​가장 큰 도전은 내부의 세대교체와 새로운 페미니즘 흐름과의 조우다.  2010년대 중반 이후 강남역 살인사건, 미투 운동, N번방 사건 등을 겪으며 등장한 이른바 '영페미니스트(Young Feminist)'들은 조직화된 대형 단체보다 SNS를 기반으로 한 점조직 형태의 빠르고 직관적인 연대를 선호한다.

​여성연합과 같은 전통적인 연합체는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를 거쳐야 하므로, 디지털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젠더 이슈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데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기성 여성운동이 노동, 통일, 빈곤 등 거시적인 구조적 문제에 집중해 온 반면, 새로운 세대는 불법 촬영,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 등 일상적이고 직접적인 위협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현재 여성연합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과거의 '호주제 폐지'처럼 단일한 목표로 거대한 연대를 이끌어내기에는 현대 여성들이 겪는 차별의 양상이 너무나 다변화되었다. 앞으로 여성연합이 한국 시민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

​여·야 진영을 초월하여  정치적 중립성을 세워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한 일관된 목소리를 내는 것, 기후 위기, 플랫폼 노동, 이주 여성 등 다변화된 사회 문제 속에서 젠더적 관점을 연결하는 것, 위계적인 조직 문화를 탈피하고 새로운 세대인 젊은 활동가들과 수평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공론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여성연합은 한국 사회의 어둠을 걷어낸 '빛의 혁명'을 이끈 주역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과거의 훈장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 새롭게 드리워진 교묘한 차별의 그늘을 걷어낼 새로운 더 크고 모든 여성을 비춰주는 랜턴을 켜야 할 때다. 오늘을 기점으로 치우치지않는 엄마의 품속같이 따스한 한층 더 성숙한 여성연합을 기대한다. 
코리아 이슈저널 / 최윤옥 기자 bar00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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