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쓰레기로 몸살 앓던 낚시 명소, 자발적 봉사로 ‘변화의 물결’
신천지자원봉사단, 매주 월요일 ‘자연아 푸르자’ 캠페인 펼쳐
낚시객 인식 변화와 행정 지원 이끌어내며 ‘민관 협업’ 모델 제시
 |
| ▲[사진 제공 = 신천지자원봉사단 부산서부지부] |
[코리아 이슈저널 = 최윤옥 기자] 비릿한 바다 내음 대신 코끝을 찌르는 악취가 진동하던 부산 강서구 가덕도 천성항 방파제. 낚시와 차박의 성지로 불리며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이곳이 최근 몇 달 사이 '쓰레기 섬'이라는 오명을 얻으며 신음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차가운 바닷바람을 뚫고 이곳을 찾는 이들의 손길이 천성항의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 ‘쓰레기 몸살’ 앓던 명소, 방파제 배수구까지 막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천성항은 관리에 공백이 생기며 아수라장이었다.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폐어구와 플라스틱, 먹다 남은 음식물이 뒤섞여 부패했고, 일부 구역은 노상방뇨 흔적까지 남아 주민들의 원성이 높았다. 매달 10여 건의 민원이 쏟아졌고, 캠핑 차량에 가로막힌 어업 차량들은 생업에 지장을 받기도 했다. 구청 관계자는 "관광객 급증에 비해 법적 규정이 미비하고 예산 편성의 한계가 있어 계도 위주로 관리할 수밖에 없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구조적인 문제 앞에 천성항의 푸른 바다는 점차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
| ▲신천지자원봉사단 부산경남서부지부 봉사자들이 천성항 방파제 일대에서 생활쓰레기와 폐어구, 각종 플라스틱을 수거하고 있다. |
- "내 고향 바다, 우리가 지킨다"… 마대자루 24개의 기적
변화의 시작은 시민들의 '자발적 걸음'이었다. 신천지자원봉사단 부산경남서부지부(지부장 이영노)는 지난해 11월 현장 답사를 시작으로, 올해 1월 26일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자연아 푸르자' 캠페인을 본격 전개하고 있다. 지난 23일까지 총 4회에 걸쳐 28명의 봉사자가 현장을 누볐다. 이들이 수거한 쓰레기 양은 75리터 마대자루 24개, 무려 1,800리터에 달한다. 봉사자들은 단순히 쓰레기를 줍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낚시객들에게 '쓰레기 Zero' 문구가 담긴 핫팩을 건네며 부드러운 인식 개선 활동을 병행했다. 봉사에 참여한 한 회원은 "차박과 노지 캠핑이 늘며 버려진 양심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며 "직접 정리를 해보니 지속적인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
| ▲신천지자원봉사단 부산경남서부지부 봉사자들이 천성항 방파제 일대에서 생활쓰레기와 폐어구, 각종 플라스틱을 수거하고 있다. |
- 조금씩 열리는 마음, ‘함께 만드는 명소’로
진심은 통했을까. 봉사단의 꾸준한 활동 이후 현장에서는 작은 변화들이 감지되고 있다. 마구잡이로 버려지던 쓰레기를 낚시객들이 한곳에 모아두기 시작한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낚시객 김 모(45) 씨는 "쓰레기통이 부족해 곤혹스러울 때가 많았는데, 봉사자들의 노력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배출 시설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이용자들도 훨씬 책임감 있게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의 노력에 강서구청도 화답했다. 구청은 최근 기간제 환경미화원을 한시적으로 배치하고 관리 체계를 재점검하는 등 지원 방안 검토에 나섰다.
 |
| ▲ 신천지자원봉사단 부산경남서부지부 봉사자들이 천성항 방파제 일대에서 생활쓰레기와 폐어구, 각종 플라스틱을 수거하고 있다. |
- 실천이 만드는 치유의 속도
천성항의 변화는 단순한 '청소'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행정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메우고, 이를 통해 다시 행정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선순환의 구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영노 지부장은 "천성항은 지역 주민이자 시민으로서 애정이 깊은 공간"이라며 "지속적인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확신했다. 바다는 스스로를 치유하는 힘을 가졌지만, 그 속도를 앞지르는 것은 결국 인간의 파괴다. 하지만 다시 그 치유의 속도를 앞당기는 것 또한 인간의 '작은 실천'임을 천성항 방파제가 증명하고 있다. 쓰레기 하나를 되가져가는 작은 배려가 모일 때, 비로소 가덕도의 푸른 바다는 온전한 명소의 이름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신천지 자원봉사단 부산서부지부는 꾸준한 지역사회 봉사로 따스한 이웃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코리아 이슈저널 / 최윤옥 기자 bar0077@naver.com
[저작권자ⓒ 코리아 이슈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